기획/특집

[가고 싶은 섬 ①] 주름살 늘어갈 때, 느릿느릿 걷기 좋은 장봉도

머니투데이 김도화 에디터||입력 : 2016.05.10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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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장봉도 가는 길에는 코앞에서 야생의 퍼덕임과 만나는 감동도 있다.

영종도 삼목선착장에서 출항한 카페리가 신도를 거쳐 장봉도에서 차와 사람들을 꾸역꾸역 토해내기까지는 40여분 남짓 걸렸습니다. 뱃머리 위로는 바퀴를 내리고 기수를 낮춘 체 인천공항에 착륙하려는 여객기들이 줄을 잇고 있었습니다. 저 비행기에는 한국을 찾는 수많은 요커(중국인 관광객)들도 있겠지요. 요커는 중국의 굴기를 보여주는 상징과 같습니다. 우리에게는 무척 반가운 손님이지요. 하지만 평화롭기만 한 이곳 바다도 650여 년 전에는 몽고의 군사들로 에워싸져 있었습니다. 이들의 약탈과 학살을 피해 강화도 주민들과 난민이 피난을 와서 거주하기 시작한 곳 중 하나가 장봉도입니다. 장봉도 선주민이 경험한 것과 같이 이웃한 강대국에 의해 운명이 좌우되는 (지정학적)숙명이 앞으로도 계속 될지, 끝날 것인지는 무엇이 결정할까요? 알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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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녹음 짙은 봉우리들에는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어 있다.

장봉도의 매력은 바다와 갯벌에 있지 않습니다. 길게 늘어선 봉우리들을 느릿느릿 오르내리며 광대무변(廣大無邊)한 사위를 둘러볼 때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트래킹 내내 ‘좋다, 정말 좋다’라는 외마디 외침뿐 다른 수사가 입에 붙지 않습니다. 이곳의 작은 봉우리들은 산이라고 불리지 않습니다. 낮고 작기에 서로 맞닿으며 끝없이 이어져 있는 조그만 봉우리들은 드넓은 하늘과 광활한 바다를 감추지 않습니다. 이름난 높은 산에서는 촌각을 다투어 허덕이며 올라서야 잠시 마주칠 뿐인 대자연의 파노라마가 이곳에서는 트래킹 내내 눈과 귀에 붙어 있습니다. 이름난 명산에서처럼 어딘가에 오르려고 허둥지둥 할 필요가 없습니다. 숲길에서 주운 나뭇가지를 지팡이 삼아 토닥토닥 걷다 보면 몸과 자연이 일체되는 그 자연스러움을 가슴으로 얻게 됩니다. 가장 본질적이고, 가장 소박한 즐거움입니다. 이곳 주민들이 봉우리마다 정자를 만들어놓은 까닭은 달을 감상하거나 장엄한 낙조를 바라보기 위해서만은 아닌 듯합니다. 무릇 살기 위해서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해야만 하는 도시인과 달리 ‘텅 빈 충만(充滿)’으로 가득한 이 섬에서는 무엇인가를 하지 않아도 생명을 잘 지키는 사람이 될 수 있으니까요. 이곳의 정자는 삶에 대한 강한 애착이 외려 죽음의 지름길임을 깨닫기 위한 장소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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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파란하늘의 새털구름이 석양의 붉은 기운으로 물든 모습을 상상해 본다. 장봉도 낙조는 장엄하기로 유명하다.
장봉도의 옹암 해변, 한들 해변, 진촌 해변은 희고 고운 백사장과 함께 노송 숲이 어우러져 있었던 곳입니다. 지금은 바지선이 해변에 산더미 같은 모래를 부어대는 공사가 한창입니다. 어떤 이유로든 해변의 모래가 유실되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이곳은 수심이 얕고 경사가 완만해 갯벌에서 조개, 낙지 등 어패류 채취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오늘 이곳은 간조임에도 사방의 갯벌에는 사람은커녕 물새나 갈매기도 보이지 않습니다. 물때가 아니어서인지 영종도 공항건설 때문인지 우리 일행 중 누구도 궁금해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갯벌 너머의 물색은 서해바다 답지 않게 파랗고 맑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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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동

송추의 농부이자 도로환경정비회사 세웅건설 소장이다.
섬 트래킹 매니아로 서남해 도서를 손에 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