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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해양칼럼]비발디의 바다차별

머니투데이 양동신 MT해양 전문편집위원||입력 2021-03-29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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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발디 '바다의 폭풍(La tempest di mare)' 악보 가운데 Flute Concerto in F major RV 433 "La tempesta di mare"
비발디의 ‘사계(四季)’는 연중무휴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틀어댄다. 그중에서도 ‘봄’이 가장 인기가 있다. 요즘 자주 들리니 봄이 온 것 같다. 사계는 비발디의 바이올린 협주곡 모음집인 ‘화성과 창의에의 시도’중 처음 네 곡을 일컫는다.

그런데 사계 다음의 다섯 번째 협주곡 이름이 ‘바다의 폭풍우(La tempesta di mare)’이다. 바다에 대한 비발디의 감성이 드러나 있다. 때로는 폭풍이 거칠게 몰아치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잔잔해진 바다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하지만 사계에 비하면 지명도가 훨씬 낮다. 음악도 바다를 차별하는가. 본디 한 뿌리에서 나왔는데 찬밥 신세다. 들어 보면 별 차이도 없는데 배다른 형제 취급이다. 사계는 계절마다 어울리는 시까지 지어가며 공을 들였지만 나머지는 제목만 남아있다. 그는 물의 도시 베네치아에서 태어났으니 바다를 자주 접했을 텐데 관심 밖이었던 모양이다.

비발디는 당시에는 유명했지만 사후 오랫동안 잊혀 졌다가 20세기 초에서야 빛을 보기 시작하였고 그 중 ‘사계’가 가장 대중적인 곡이 된 것이다. 나머지 작품도 인기를 얻기 시작했지만 같은 식구인 ‘바다의 폭풍우’는 그렇지 못했다.

끝을 모르는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바다에 관심을 돌릴 겨를이 없다. 방역조치, 경제난, 그리고 이에 따른 정치적 이해득실 등을 알아보는데도 하루가 부족할 지경이다. 게다가 부동산 문제까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몰려드니 다른 것은 볼 수도 없다.

그래도 바다는 묵묵히 제 일을 한다. 서서히 몸이 망가져 가지만 교체 선수가 없으니 아픈 내색도 없이 지구를 지키고 있다. 위로는 못할망정 무시하지는 말자. 해륙유별(海陸有別)은 해륙차별(海陸差別)이나 다름없다.

최근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좌초사고로 수에즈운하를 막아버린 일이 생겼다. 핵심 교통로가 막히니 배들은 희망봉(Cape of Good Hope)을 돌아가야 할지 모른다. 이렇게 되면 세계 경제에 희망을 주지 않는다. 먼 동네 일이 아니고 머지않아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코로나에 쏠렸던 눈이 잠시나마 바다로 향하고 있다. 무관심했던 바닷길이 세계 경제의 목줄을 쥐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바다를 늘 세심하게 살피라는 것은 아니다. 뭍사람들에게 바다는 딴 나라 이야기이다. 가끔씩 바다와 관련된 일이 오르내리면 관심을 보이는 척이라도 해주라는 것이다. 수에즈운하뿐 아니라 우리 선박들이 다니는 해상교통로에는 불안요소가 상존하고 있다. 뱃길이 끊기면 우리의 경제생활에 짜증을 유발한다.

비발디를 깨워 책임을 묻지 않을 테니 바다만을 위한 모음곡을 쓰라고 해야겠다. 그는 자기표절(自己剽竊)의 대가가 아닌가. 가장 좋은 것만 추려 섞으면 사계의 인기를 능가하는 바다음악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 곡을 일 년 내내 듣고 싶다. 바다가 입과 귀에 자주 오르내리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