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MT해양 칼럼]바다의 코로나바이러스

양동신 MT해양 전문편집위원||입력 2020-12-2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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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는 억울하다. 고귀한 왕관이며 뜨거운 가스덩어리인데 코로나바이러스를 줄여서 부르는 바람에 괜한 욕을 먹고 있다. 코로나 맥주도 적잖이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그래도 스페인이 억울하게 뒤집어쓴 독감 발원지의 누명에 비하면 견딜만하다. 지구를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19를 피해 바다로 가본다.

코로나바이러스는 바다 속에 들어가면 물과 섞이면서 밀도가 낮아져 위험성이 줄어든다고 한다. 사람이 많이 없는 바닷가도 전염될 확률이 낮은 듯하다. 부둣가를 자주 다니며 선원들을 만났지만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과학적 근거는 제시할 수 없지만 바다는 땅에 비해 바이러스 확산이 더디다는 느낌이다.

코로나19에 버금가는 병이 바다에도 있었는데 바로 괴혈병이다. 비타민C가 부족해 생기는 병이며 심하면 사망에 이른다. 야채나 과일을 먹으면 예방할 수 있지만 그 원인을 몰랐다. 이 병은 대항해시대에 선원 2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고 추정한다. 유럽에서 벌어진 ‘7년 전쟁’에서는 영국 해군수병의 72%가 괴혈병으로 희생되었다. 재앙에 가까웠지만 오늘날엔 간단히 치료되는 병이다.

지금 바다에서 치명적인 전염병은 찾아보기 어렵다. 배는 오히려 감염병이나 자연재해로부터 안전한 장소다. 호화요트에서 자가격리를 자랑하다가 욕을 먹은 슈퍼리치들이 잘 알고 있다. 노아의 방주처럼 대재앙의 마지막 도피처는 바다가 될 가능성이 크다. 본디 물에서 나왔으니 물로 돌아가는 것이 자연스런 여정이 아닐까.

하지만 바다가 피할 수 없는 강력한 바이러스가 있다. 인간이 만들어 퍼트린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기름에 의한 해양오염이다. 석유를 본격적으로 개발하기 시작한 20세기 초부터 현재까지 수많은 오염사고가 일어났다. 기억나는 것은 2007년 서해안을 오염시킨 허베이스피리트호 유출사고다. 1만 톤 이상의 원유가 쏟아졌다. 이 정도는 약과다. 2010년 미국의 딥워터 호라이즌호 폭발사고는 유출량이 무려 67만 톤에 이른다.

해양오염이 심각한데도 관심이 없다. 먼 곳의 남의 일이다. 바다의 자정능력이나 면역력을 믿는 듯하다. 바다는 모든 물을 받아들여[海不讓水] 정화시키고, 모두를 이롭게 하면서도 따지지 않으니[水善利萬物而不爭] 바다를 호구로 여겨 오염물질을 마구 버린다. 기름을 배출하고도 마치 수영장에서 잠깐 실례한 정도로 생각한다. 극히 일부만 관심을 가질 뿐이다. 그 것도 큰 오염사고가 났을 때만 그렇다.

기름도 숨이 막히는데 플라스틱까지 바다를 괴롭힌다. 얼마나 많이 버리는지 세계 바다에 쓰레기 섬이 다섯 개나 생겼다. 이 중 북태평양에 있는 것은 면적이 140만㎢이나 된다. 우리가 요즘 매일 쓰고 버리는 엄청난 양의 마스크도 바다로 들어간다. 플라스틱은 해양생물은 물론 지구생태계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 우리 몸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될 날도 머지않다.

현재 전 세계는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어 언젠가는 종식될 것이다. 그러나 바다는 오랫동안 오염이라는 바이러스에 시달렸기 때문에 잠복기간이 끝나면 확진자로 판명될지 모른다. 병명도 증세도 확실하지 않아 백신도 치료제도 없다. 바다 자신의 면역력도 크게 떨어졌을 것이다. 오히려 엄살이 심하다고 핀잔을 준다. 이러다가 덜컥 바다가 앓아누우면 회복하기 어렵다.

해양오염은 전염성이 강하다. 남이 버리니 나도 버린다. 오염행위도 오염물질도 금방 확산한다. 바다는 사양하지 않으니 인간이 막아주어야 한다. 코로나19 예방수칙처럼 해양오염예방수칙이 있다. 복잡한 듯 보이나 간단하다. 버리지 말고 피치 못할 경우에는 기준에 맞게 처리하면 된다. 헌데 일부는 불편하다고 안 지킨다. 이들이 슈퍼전파자들이다. 내가 버린 것은 내게로 돌아온다. 그렇지 않으면 자식에게 간다. 바다에 바이러스를 버리지 말자.

코로나19 피로감이 한계치에 다다른 느낌이다. 하지만 아직 끝이 안 보인다. 기름 한 방울, 페트병 하나 없는 바다가 될 때까지 끊임없이 예방활동을 하듯 코로나19가 퍼지지 않도록 예방수칙을 꼼꼼하게 지켜야 한다. 현재는 슬프지만 마음은 미래에 두고 살라고 하였다. 깨끗한 바다, 건강한 사회를 머릿속에 그리며 장기 칩거에 들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