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MT해양 칼럼]별을 찾아야 길을 알지

양동신 MT해양 전문편집위원||입력 2020-10-3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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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트를 타고 남십자성南十字星을 찾아가는 예능프로그램이 있었다. 하지만 원정 대원들이 익숙하지 않은 환경 탓인지 목적지에 이르지 못하고 되돌아가는 바람에 아쉬움이 있었다. 코로나 영향인지 몰라도 최근 바다와 관련된 방송이 늘고 있어 해양인의 입장에서 무척 고무적이다. 이제 요트로 태평양을 건너는 일은 마음만 먹으면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요트세계일주 프로그램이 제작될 날도 멀잖다.

남십자성은 천구의 남쪽을 가리키는 길잡이별이다. 정확이 말하면 남십자자리Crux의 별들이다. 나이가 지긋한 분들에게는 군가나 유행가를 통해 귀에 익은 이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고 대만이나 오키나와 이남부터 제대로 관찰할 수 있다. 해양시인 메이스필드Masefield는 ‘해수sea fever’에서 ‘바다에 나가는데 필요한 건 큰 돛배 하나와 길잡이별 하나’라고 했다. 헌데 길잡이별 하나만으로는 내가 갈 곳을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요트로 태평양이나 대서양을 건너려면 천체를 이용해 위치를 구할 줄 알아야 한다. 즉 천문항법天文航法을 알아야 한다. 요즘 GPS가 있는데 무슨 소리냐고 타박할 수 있다. 물론 위성항법衛星航法은 편리하고 정확하다. 하지만 항해중 고장 날 수도 있고 전파수신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천문항법은 GPS 없이도 배 위치를 알아낼 수 있어 아직도 이 구닥다리 과목을 가르치고 있는 곳이 많다. 요트항해는 더더욱 필요하다.

천문항법은 해나 별의 고도를 측정하여 배와 비행기의 위치를 알아내는 기술이다. 20세기 중반까지 널리 사용되었다. 이 항법의 핵심 기술은 별들을 찾아내고 육분의sextant로 고도를 잰 다음 계산과정을 거쳐 위치선을 구하는 것이다. 수평선과 별이 모두 보여야 되므로 동트기 전이나 해가 넘어간 무렵에 잰다. 요즘에는 육분의가 좋아져서 보다 편리하고 빠르게 위치를 낼 수 있다.

그렇다고 아무 별이나 재는 것은 아니다. 1등성 이상의 별과 2등성 중 북극성polaris만 해당한다. 이들 중에서 몇 개를 미리 찾아 대략의 방위와 고도를 알아낸 다음 정밀하게 측정하는 것이다. 전파항해술이 도입되기까지는 먼 바다에서 배의 위치를 알아내는 유일한 방법이었고 선장이나 1항사만 할 수 있었던 고급기술이었다.

애꾸눈 선장의 모습을 영화나 만화에서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오늘날의 육분의가 아니라 시력보호 기능이 약한 측정기로 태양의 고도를 직접 재다보니 시력을 잃은 사람이 많았던 모양이다. 그만큼 고도측정 장비가 중요했다. 문득 에이허브 선장의 광기가 떠오른다. 그는 모비딕의 위치를 알 수 없다며 사분의quadrant를 내동댕이치고 발로 밟아버린다. 선원들이 집으로 돌아갈 방법이 막막해진 것이다. 정말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선장이 아닌가.

바다에서 별을 찾다 보면 유사과학이 그럴싸하게 다가온다. 천동설과 지구평면설이 아주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그려진다. 모든 천체가 나를 중심으로 돌고 있다. 또 수평선을 한 바퀴 둘러보면 나는 지름이 아주 큰 물 접시의 중심에 서있다. 고로 지금 나는 우주의 중심에 있는 것이다.
답답한 선실에서 나와 별들에게 내 주위를 돌라고 명령해보라. 뭇별자리들이 일제히 움직인다. 전갈도 사자도 가장 큰 바다뱀도 군말 없이 따른다. 별 헤는 밤이 아니라 별들에게 분열分列받는 밤이 될 것이다. 그리하여 잠시나마 우주를 지휘하는 힘을 느낄 것이다. 물론 날이 밝으면 상황이 바뀌지만 요트항해에서 얻을 수 있는 큰 위안이다.

그 많은 별들 중에서 정말 필요한 별을 찾아야 위치를 알고 항로를 정할 수 있다. 요즈음 저마다 스타라고 내세우지만 그들은 반짝 빛나다가 없어지는 별똥별에 불과하다. 슬며시 다가와 갑자기 불꽃처럼 타오르며 우리를 유혹하지만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왜 이런 하루살이 보다 못한 부류들이 하늘과 세상을 어지럽히는지 모르겠다.

요트 항해는 외롭고 답답하고 때론 가혹하다. 인생도 세상도 그렇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항성恒星이다. 변함없이 자기 위치를 지키면서 우리의 길잡이가 되는 그런 별을 원한다. 베버의 ‘마탄의 사수’ 표현을 빌리자면 검은 구름이 하늘을 가려도 태양은 빛나지만 그보다 더 위대한 별들이 그 너머에서 빛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우리를 목적지까지 안내할 믿음직한 내비게이션이다. 길잡이 별들이여 우리는 당신들을 부지런히 찾을 터이니 어서 모습을 드러내어 앞길을 비춰주기를! 다시 강조하건대 요트를 타고 먼 바다로 가려거든 별을 찾아야 하니 천문항법을 꼭 알아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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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tampa de geografia, hidrografia e navegação, pertencente à Cyclopaedia, de 1728 Ver informação do autor /Domínio públi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