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MT해양 칼럼]스타벅을 다시 바다로

양동신 MT해양 전문편집위원||입력 2020-08-27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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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by Dick - https://www.europeana.eu/portal/record/2021657/96806.html. Museon - http://cc.museon.nl/default.aspx#id=%2096806. CC BY -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3.0/
스타벅(Starbuck)은 멜빌의 해양소설 ‘모비딕(Moby Dick)’에 나오는 1항사이다. 스타벅스 커피는 그의 이름을 브랜드명으로 하였다고 한다. 만약 그가 다시 살아나 시내 도처에 걸린 자기 이름을 발견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나하고 커피하고 무슨 관계가 있었나?’ 하면서 어깨를 한 번 으쓱하고 말았을까?
과연 스타벅은 커피를 좋아했을까? 소설에서는 커피라는 단어가 다섯 번 나온다. 이 중 스타벅이 커피를 언급했어야 하는 장면에서 두 번 나오지만 스타벅은 단 한 번도 커피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날 스타벅은 당연히 커피를 즐기는 사람으로 각인되었다. 스타벅스는 항해사 스타벅을 자동적으로 연상시키므로 그는 커피애호가가 되어야만 한다.

여기서 궁금증이 생긴다. 왜 스타벅스는 에이허브 선장이나 이슈마엘이 아닌 스타벅을 내세웠을까? 스타벅은 창업주들 간에 암묵적 합의가 이루어진 인물이었을 것이다. 그는 스타벅스 커피가 고객에 건네는 그 무언가를 소유한 자이었을 것이다. 스타벅스의 미션은 ‘커피를 통해 인간정신에 영감을 불어넣는 것’이라고 한다. 스타벅은 영감을 줄만한 사람이었던가?

원작자 멜빌은 스타벅을 이렇게 묘사한다. ‘성실하고 깡말랐으며, 내적 활력이 있고 양심적이며 자연에 대한 경외감과 필요한 용기를 두루 갖춘 신중한 인간이다. 뱃사람과 어울리지 않는 고매한 인격의 소유자’라고 극찬한다. 스타벅스는 이 완벽한 인간상을 고객에게 심어주고자 한다는 것인가?

아니면 스타벅의 다른 모습인가? 소설 전체를 훑어보면 스타벅은 평범한 인간이었고 때로는 나약했다. 의지가 강했다면 선장을 설득하여 동료들과 함께 고향에 갈 수 있었다. 또 선장을 총으로 쏴 죽일 수 있었으나 측은지심이 발동하여 결정 장애로 괴로워했다. 고향에 남아있는 가족을 애틋해하며 다가오는 죽음 앞에 겁을 먹기도 했다. 스타벅스는 스타벅의 이러한 지극히 인간적인 면을 커피에 담아 고객에 전달하겠다는 것인가?

지금 스타벅스의 로고를 본다. 스타벅의 이성의 바다는 간데없고 마녀 세이렌의 유혹의 바다만 남아 있다. 모비딕이 세이렌으로 변용한 것인가? 고객의 모든 것을 바다 속으로 데려가고 있다. 그녀의 노래에 홀려 심연으로 끌려 들어가고 있는 사람들을 당장 구조해야 한다.

스타벅이 이 구조임무에 최적임자이다. 그는 성실하며 유능한 항해사이다. 때론 약한 모습을 보이지만 불굴의 의지와 책임감이 강하다. 세이렌의 환각에서 깨어나도록 다그쳐 모두를 구조하여 안전하게 항구로 데려올 것이다. 거친 파도를 만나도 자기를 희생하면서 소임을 다할 것이다. 자연과 인간이 맞부딪는 스타벅의 바다를 다시 보아야 한다.

그윽한 커피향속에서 스타벅을 만나고 싶다. 스타벅을 다시 불러내자. 힘든 임무를 마친 그에게 반갑게 인사하며 말을 건넨다. “1항사 스타벅씨!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 잔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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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해양 양동신 전문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