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의 닝보-저우산항은 세계 컨테이너 항만 순위에서 우리나라 부산항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2005년 닝보의 세계 항만 순위는 15위였다.

그러나 이후부터 닝보-저우산 항은 무섭게 치고 올라가며 부산항을 추격하기 시작했다. 2007년 닝보항은 컨테이너 물동량 9백46만 TEU로 세계 11위를 기록하며 ‘글로벌 톱 10’의 문턱에 도달했으며, 이듬해 닝보항은 컨테이너 물동량 1천1백22만 톤을 기록하며 당당히 세계 10대 컨테이너 항만에 이름을 올렸다.

이로부터 6년 뒤인 2014년 닝보-저우산항은 마침내 부산항을 제치고 세계 컨테이너 항만 순위 5위로 올라섰다. 지난 10월초 부산항만공사는 올해 8월까지의 컨테이너 처리 실적을 발표했다. 8

월까지 부산항이 처리한 컨테이너 물동량은 1천2백19만 TEU로 지난해 동기 대비 3.5%가 증가한 좋은 성적이었다. 그러나 동기간 닝보-저우산항의 컨테이너 처리량은 1천3백4만 TEU를 기록해 부산항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항만의 무서운 성장세는 닝보-저우산항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지난해 세계 컨테이너 항만 순위를 보면, 상하이(1위)와 선전(3위), 그리고 이번에 부산항을 제친 닝보-저우산항 외에도 칭다오(7위, 1천5백50만 TEU), 광저우(8위, 1천5백30만 TEU) 등 모두 5개 항만이 세계 10위권 내에 포진해 있다. 우리나라 제1의 항만인 부산항이 닝보-저우산항에 뒤지는 것은 물론, 칭다오․광저우에도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

중국 항만의 성장세는 지난 10년간 보여온 중국 무역 규모의 증가세에 비춰볼 때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은 지난해 세계 무역액의 11.0%를 차지하며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무역국으로 부상했다. 특히 주목할 대목은 세계 상품 무역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비중과 수출입 구성이다. 2013년 중국의 상품 무역액은 4조1천5백90억 달러로 2위 미국의 3조9천90억 달러에 비해 2천5백억 달러가 많았다.

중국은 2조2천1백억 달러를 수출하고 1조9천5백억 달러를 수입한 반면, 미국은 1조5천8백억 달러를 수출하고 2조3천3백억 달러를 수입했다. 중국은 수출을 더 많이 했고, 미국은 수입이 더 많았던 것이다. 대규모 상품 수송은 여전히 해상 운송에 의지하고 있으므로, 중국 항만 성장의 비결은 이처럼 세계 최대 무역 규모로 올라선 중국의 자체 수출입 물량에 의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 항만의 성장을 중국 무역량 증가에 의한 당연한 귀결이라고만 결론 내리면 우리나라 항만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더 이상 의미 있는 교훈을 얻을 수 없다. 여기서 중국 항만 성장의 비결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중국 항만의 성장은 중국의 공격적인 항만배후단지 개발에 힘입은 바 크다. 부산항이 지리적 이점을 이용한 환적화물에 의존해 성장하는 사이 중국은 주요 항만 및 항만 배후에 보세구, 수출가공구, 보세물류가공구, 경제개발구 등을 지정하고 항만배후 단지를 통해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여 산업을 일으켰다. 항만의 물류 기능과 보세구의 특수 정책을 결합하여 항만과 항만 배후의 물류산업 단지를 함께 발전시키는 전략을 취했던 것이다.

이와 같은 보세구, 보세물류원구, 수출가공구와 항만간 ‘3구 일체’ 발전은 2005년 중국 국무원이 양산항을 ‘상하이양산 보세항구’로 지정함으로써 최초로 시작됐으며, 이후 총 14개의 보세항구가 지정․운영되고 있다. 닝보메이산, 칭다오첸완, 선전첸하이 등 보세항구들이 대표적이다.

아울러 이와 같은 항만 발전 전략이 오늘날 상하이는 물론 선전, 닝보-저우산, 칭다오, 광저우 항 등 중국 연안의 항만들을 세계적인 항만으로 도약하며 중국의 경제성장을 견인케 한 원동력이 되었던 것이다.

우리나라도 기왕의 항만배후 단지 개발계획을 한층 더 정교화하여 항만과 배후단지가 상호보완하며 발전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박성준 컬럼니스트
△現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전문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