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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해양 칼럼]갯내음 둘레길

박성준 MT해양 전문편집위원||입력 2020-09-02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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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풍경/사진=정명근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기는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바다가 들려주는 자장노래에/ 팔 베고 스르르르 잠이 듭니다. 동요 ‘섬집아이’의 노랫말이다. 한인현 선생님이 노랫말을 지었고 이흥렬 선생님이 곡을 붙여 만든 곡인데 어렸을 때 자주 불리던 곡이라서 그런지 어쩐지 애틋한 향수가 남아있다.

어린아이는 잠이 들었고 갈매기 울음소리 맘이 설레어 다 채우지 못한 굴 바구니를 머리에 이고 달려오던 어머니가 떠올려진다. 괜히 콧등이 시큰해진다. 외딴집에 홀로 잠들었던 그 아이는 자라서 지금쯤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 굴 따시던 어머니가 종종 걸음으로 달려와 안으실 때 갯내음 가득했을 젖가슴이 그리워진다.

바다는 자원의 보고(寶庫)라고 한다. 천박한 경제학의 논리를 빌려오지 않아도 대륙과 바다의 가치는 비교할 바가 아니다. 다만 아직 개발되지 않았을 뿐이다. 생활환경에서 잊힌 것이 아니라 발전의 우선순위에 밀려 있을 뿐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숨겨진 자원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한 것이 아닐까 하는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 눈앞에 보이는 현재의 이익에 취해 더 큰 부요함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광화문과 여의도, 세종시에서는 교통하면 자동차, 기차, 항공기요. 자원하면 철강, 화학, 식량 등등 눈에 보이는 육상자원을 먼저 꼽는다. 전문인력하면 왜 해양전문인력은 맨 나중일까를 고민해본 적이 있다. 가치와 규모에서 뒤처지는 것일까. 조선시대부터 내려온 사농공상의 순위에서 해양은 어느 한 구석에 겨우 끼워 넣은 산업기반이었다. 이제는 인식을 달리 해야 할 시기가 되었다.

고향을 잃어버린 현대인들에게 고향 소식을 전해 주고 농촌을 떠나 서울로 나간 갑돌이가 명절이면 선물을 품에 가득 안고 돌아왔던 그 고향, 서울에서 기반이 잡히자 갑순이 불러올려 결혼하고 열심히 일해서 돈 모아 집을 사고 아들 딸 낳아 잘 길러 좋은 대학 보내고 취직시키고 결혼시켜서 어느덧 사회에 굵직한 일꾼으로 키워낸 갑돌이에게 갯가 오두막집에서 잠들었던 이야기를 전해 주고 싶다. 생선비린내와 바닷물기가 건조하면서 굳어진 말린 해초의 갯내음을 보내려고 한다.

세월이 흘러 세대와 문화 패러다임이 변했다. 변해도 너무 변했다. 넘쳐나는 사회문제와 팬더믹에 방황하는 세계질서를 똑똑히 보고 있다. 기후환경의 예측 불가능성과 질병, 기근은 물론이고 대형화 광역화된 사건ㆍ사고들이 도처에 범람하고 있다.

지식정보의 폭발과 넘치는 가짜뉴스 등 혼란한 사회에 자식을 낳고 싶지 않다며 결혼을 거부하는 현대의 젊은이에게 아버지의 고향 이야기를 전해 주고 싶다. 또 그 가난했던 보릿고개 이야기냐고 고갯짓을 하겠지만 할아버지와 아버지 세대는 그 구수한 맛으로 죽음보다 더한 시련을 이겨냈다고 전해 주고 싶다. 모진 설움을 가슴에 품고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이루어 내었다. 시대의 흐름을 읽어내지 못한 선조들의 잘못으로 가슴 아팠던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의 아픔을 80여년 만에 이겨내었다.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민족이라는 것을 증명해낸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려주련다.

현실감이 떨어지는 전설 따라 삼천리 같은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바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지금 전해 주지 않는다면 역사를 망각한 민족으로 전략할까 두렵다. 해양민족으로 자긍심과 다가올 미래에 가장 큰 방패와 창을 그려주고 싶다. 쇠락한 어촌의 선창가 대폿집에서 흥얼거리는 어부의 노랫가락을 다시 집어 올리고 싶다. 대단위 간척사업으로 경제가치는 상승했지만 아련하게 스치는 비린내 가득한 마른 생선의 맛을 추억해야겠다.

아침 물안개에 숨어있는 수평선이 일출로 다가올 때 갯내음 풍기는 둘레길을 걷노라면 그 바다에서 희망이 우리에게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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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MT해양 전문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