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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잇따른 극단적 선택…전문가들 "궁지로만 몰아선 안돼"

머니투데이 임찬영 기자||입력 2020-03-3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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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착취영상물을 유통하고 공유한 혐의를 받는 텔레그램 n번방 사건과 관련한 극단적 선택들이 이어지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사에 대한 부담감과 전 국민적인 비난 여론을 이기지 못한 일부 관련자들이 죄책감을 이기지 못한 결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범죄 가담 정도에 따라 엄벌할 것은 하더라도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궁지로만 몰 것이 아니라 자신의 행위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다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n번방 '가해자'들 연이은 극단적 선택 … "피해자들에게 미안"


30일 서울강남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7일 n번방 유료회원이 되기 위해 돈을 입금한 40대 남성 A씨는 곧 본인에 대한 경찰 수사가 시작될 것이라는 걱정을 이기지 못하고 한강에 투신했다. 현장에서 발견된 유서에는 피해자들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A씨는 경찰의 직접적인 수사 대상이 아니었지만 n번방 전 회원을 대상으로 수사가 진행되자 불안감에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4일에는 n번방 성착취 영상을 봤다는 B씨가 독극물을 마시고 경찰서에 찾아와 병원에 이송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날 B씨는 죄책감 때문에 독극물을 마신 후 자수를 택했다고 진술했다.

B씨는 n번방 회원은 아니었지만 n번방에서 공유된 아동 음란 사진 340여장을 휴대전화에 보관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싸늘한 반응 … "죽어 마땅" vs "무책임 회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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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성 착취 강력처벌 촉구 시위 운영진들이 지난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열린 'n번방 사건 관련자 강력처벌 촉구시위 및 기자회견'에서 텔레그램 n번방 박사(조주빈), 와치맨, 갓갓 등 관련 성 착취 방 운영자, 가담자, 구매자 전원에 대한 강력한 처벌, 이와 같은 신종 디지털 성범죄 법률 제정 및 2차 가해 처벌 법률 제정 등을 촉구하고 있다./사진= 뉴스1

n번방 관련자들의 극단적 선택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싸늘하다. n번방 피해자들이 겪은 고통을 생각하면 이들을 동정해선 안된다는 주장이다. '기쁜' 소식이라며 조롱하는 반응까지 나온다.

죗값을 제대로 치르지 않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 자체가 무책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직장인 박모씨(25)는 "가해자들이 정말 피해자들에게 미안하다면 극단적 선택을 할 게 아니라 살아서 자신의 죄에 대해 제대로 처벌받았어야 했다"며 "피해자들은 평생 고통 속에 시달릴 텐데 무책임한 선택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궁지에 몰린 생쥐꼴 … "죗값 치를 통로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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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 착취물을 제작 및 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이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검찰 유치장으로 향하자 시민들이 조주빈의 강력처벌을 촉구하며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이날 경찰은 국민의 알권리, 동종범죄 재범방지 및 범죄예방 차원에서 신상을 공개했다. /사진= 뉴스1

전문가들은 n번방 가해자들을 완전히 구석으로 모는 것은 오히려 이들이 제대로 된 죗값을 치르지 않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끔 만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들이 합당한 처벌을 받은 후에도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궁지로만 계속 몰면 극단적 선택을 하게 해 죗값을 치르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며 "이들이 스스로 죗값을 치르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범죄에 가담한 정도 등 수사 결과 따라 적절한 처벌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전제하고, "성 관련 교육이라든지 사회봉사라든지 자신을 되돌아보고 변화할 수 있는 통로도 함께 마련해 줘야 한다"고 밝혔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지금 시기는 국가와 경찰의 지혜로운 개입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라며 "국민의 감정 흐름을 쫓아가기보다는 국가가 이 상황에서 국민감정을 중재할 수 있는 구체적인 노력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경찰 심리 요원 등 인적 자원을 동원해 극단적 선택을 막을 수 있도록 관리하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며 "범죄 가담 정도에 따라 철저하게 처벌은 하되 극단적 선택에 몰릴 수 있는 위험군에 대해서는 심리적 접근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