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제천시 박경택

/사진=제천시 봉양읍 명암리 고추밭.폭염속에 푸른잎 사이 붉은 고추가 선명하다.

온나라가 가마솥에 들어앉아 끓고있는 듯 폭염주의보가 내린 입추입니다. 오늘같이 숨이 턱턱 막히고 도저히 기운을 차릴 수 없을 때 밥상에 풋고추 몇 개를 올려놔 보세요. 아삭아삭 씹히는 고추껍질에는 바닥난 기운을 돋우어 줄 천연 비타민이 가득합니다. 톡 쏘는 매운 맛은 입맛이 바닥일 때 식욕을 돋우어주고 혈액순환을 촉진시켜 금방 기력이 되살아나는걸 느낄수 있지요.

고추의 매운맛은 중독성이 강합니다. 매운음식을 먹을 경우 우리의 감각기관은 이것을 맛이 아닌 통증으로 인식합니다. 뇌는 이러한 통증을 완화시키기 위해 엔돌핀을 분출하고 이러한 경험이 반복되면 엔돌핀이 주는 만족감을 얻기위해 매운 음식을 다시 찾게 되는 것입니다.

/사진=제천산 고추. 빛깔이 선명하고,육질이 두껍고 단단하여 아삭아삭한 식감이 일품이다.

전국각지에서 다양한 품종의 고추가 경작되지만 고랭지에서 재배한 것일수록 매운맛과 향이 더 강합니다. 그렇기에 월악,소백,치악산등 높은 산들에 둘러싸인 분지에 위치한 제천의 고추는 그 맛과 식감이 특별합니다. 제천과 그 주변지역은 차령산맥(이제는 산맥이 아닙니다. 2005년 국토연구원은 산맥지도를 발표하면서 고도가 낮은 차령산맥을 산맥으로 보지 않고 구릉으로 구분하였습니다)과 소백산맥사이에 푹 파묻혀 있어 일교차가 크고 해가 짧아 한여름에도 다른곳에 비해 서늘합니다. 게다가 제천일대의 땅은 석회질이 많아 물이 잘 빠지기에 고추가 생육하는데 더 없이 좋은 토양입니다. 배수가 잘되는 토질과 일교차가 큰 기후탓에 제천의 고추는 색깔이 선명하고, 매운맛이 강하며,육질이 두껍고 단단하여 아삭아삭한 식감이 일품입니다. 오래전부터 제천에 큰 약령시장이 들어선 이유도 약초가 자라기에 더 없이 좋은 이 같은 풍토 때문입니다.

/사진=여름의 끝자락, 따가운 햇볕아래 하루가 다르게 선명한 색깔을 더해가고 있다

여름은 뜨거웠으나, 붉은 고추와 함께 가을은 일찍 찾아왔습니다. 풋고추들은 따가운 햇살을 받으며 먹음직스런 붉은색의 홍고추로 익어갑니다. 올해는 유난히 작황이 좋아서 광택도 더 나고 매끈합니다. 제천의 고추는 껍질이 두껍고 통통하며 속의 씨앗도 적기에 말려 고춧가루로 만들어 놓으면 맨눈으로도 제천고추품질의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껍질이 두꺼운 것은 쉽게 마르지 않지만 고춧가루가 많이 나오며, 얇은 것은 잘 마르지만 고춧가루의 양이 적습니다. 아쉬운 것은 제천의 고추농업이 규모화,브랜드화 되지 못하여 많은 이들이 품질의 우수성을 잘 알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지방정부와 농업인이 힘을 모아 제천의 고추가 항노화(안티에이징)식품의 상징으로 자리하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제천지킴이 박경택과 부인 허미숙.

박경택은 제천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로 봉양읍 명암리에서 장수마을가든을 경영하는 틈틈이 제천환경보존활동에 열심인 활동가이다.